우리는 피부 안쪽을 '나', 바깥쪽을 '세계'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최신 뇌과학과 불교 철학은 말합니다.
"존재하는 것은 오직 경계에서의 상호작용뿐이다."
나와 세상을 구분 짓는 통계적 막(Membrane)입니다.
내부 상태는 외부를 직접 볼 수 없습니다. 오직 감각과 행위(블랭킷)를 통해서만 세상을 추론합니다. 이 경계막이 바로 우리가 '자아(Self)'라고 부르는 것의 실체입니다.
바렐라는 생물학에서 출발하여 불교의 공(空) 사상에 도달했습니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주어져 있고 뇌가 그것을 사진 찍듯 인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의 행위가 세상을 구성하고, 세상이 나를 구성합니다. (상호 의존)
"독립적인 자아는 없다 (무아)."
연필을 분해하면 나무와 흑연만 남듯, '나'라는 존재는 경계에서의 상호작용(연기)일 뿐, 고정 불변의 실체(자성)는 없습니다. 이것이 공(Sunyata)입니다.
"경계에 서서, 경계를 알아차리고, 경계의 안과 밖을 동시에 바라보는 것."
내면(생각/감정)에 갇히지도 않고, 외부(자극)에 끌려가지도 않는 자유로운 상태.
나의 고통은 경계의 어느 쪽을 오해해서 생기는가?
학생들은 흔히 [외부 상태: 성적/등수]를 [내부 상태: 나의 가치]와 동일시합니다. 성적이 떨어지면 나라는 존재가 무너진다고 느낍니다.
친구들의 평가(외부)에 내 기분(내부)이 롤러코스터를 탑니다. 경계가 너무 얇아서 외부가 내부를 침범하는 상태입니다.
직장인, 부모, 배우자라는 [행위 상태: 역할]에 너무 몰입하여, 그 역할이 실패하면 인생이 실패했다고 믿습니다.
외부의 요구(일, 책임)가 내부(휴식, 자아)를 완전히 잠식해버린 상태입니다. 마코프 블랭킷이 찢어진 것입니다.
김주환 교수 (2025.03)